2005. 3. 6. 23:59
관련글: 여름에 다녀온 주산지


5일 영동과 경상도 지역에 폭설이 내려 피해가 우려되고 있는 가운데 부산과 포항, 영덕 지역의 하루 적설량이 최고치를 경신했다.
[연합뉴스 2005-03-06 00:21:13]
그시각 난,
경북의 어느 국도에서 차를 밀고 있었다지...
봄 여름 가을
그리고 봄
의 촬영지 주산지출사를 다녀왔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무사히 살아 돌아오긴 했지만 심각한 휴유증이 동반할것으로 보인다.
따뜻한 쿠키를 들고 모임장소에 도착하니 단 한 분만 반겨주신다. 그나마 횡단보도를 건너오시는 분을 발견하지 못했더라면 못해도 몇분은 추위에 오들오들 떨고 있었을터... 하지만 그쯤의 추위야 앞으로 겪을일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었음을... 떠나는 그 순간까지도 모른채 소풍가는 어린아이처럼 설레였다지.
3월 초입에 또, 눈이 왔다. 고개를 넘을때마다 적설량이 많아진다. 그나마 다행인건 더이상 눈이 오지 않음이랄까? 체인도 없이 고개를 뚤뚤뚤 넘어가다 갑자기 바퀴가 헛돈다. 선두 2대의 차량은 언덕위로 넘겼지만 뒤에 3대를 차례로 밀어올리는 일도 고개를 넘을때마다 반복되었다. 그래도 처음엔 할만했었지. 자동차 헤드라이트외엔 불빛도 없는 깜깜한 산중이었으니 빼곡히 박힌 별들에 탄성을 지르고, 하얀눈꽃의 매력에푹 빠져있었으니까...
두서너 고개를 더 지난후에 터널에서 행렬이 멈춰섰다.
긴급회의
주산지엔 갈 수 있는가?
이대로 돌아갈 것인가?
주산지엔 들어갈 수 없고
되돌아갈 수도 없으니
이대로 진행하여 가장 가까운 톨게이트를 찾기로 결정!
그리고, 컵라면을 끓여먹었다네. 한시간여 터널안에 눈을 피해있는 동안 빈택시 한 대만 지나갔다. 그 이후로도 손으로 꼽을 정도의 차만 마주쳤었다.
새벽 5시.
산 중턱까지 내려온 안개와,
산 아랫마을의 안개,
인적드문 산중에 가로등과 반득한 집한채는
그림에서나 봐오던 풍경들이다.
종종 차를 세우고 사진을 찍기도 했지만, 주산지를 뒤로 하고 나오는 마음은 몇배나 더 무겁다. 언제 다시 오기는 할런지...
이후로도 여러고개를 넘어 왔다.
새벽기운은 역시나 차가웠고, 급하게 제설한 곳은 외려 얼어버려 마지막 고개를 넘을땐 다들 힘이 빠진상태였다.
해가뜨고, 따뜻해지고, 눈이 녹고...시간도 한참 지나있고...
일요일 오전 동네앞 눈치우는 어르신들과 마주침은 조금은 당황스러웠다. 그 고갯길들을 어찌넘어왔을꼬 하는 걱정스러운 표정...
톨게이트에 집입한 이후로는 거의 기억이 없다. 반나절 꼬박 운전만 하신분께는 무지 죄송스럽지만, 몇번이나 기절을 해버렸다. 그리고 눈을 뜨니 대전... 그리곤 집까지 태워다주셨다. 이 고마움을 어찌 보답해야할지...ㅠ
살아돌아왔다.
운전을 배워야겠다.
계획없는 여행은 차안에서 보내는 시간만 늘릴 뿐이다.
사실은 꼭 주산지가 아니여도 좋았었다.
목적지에 도착해야만 여행의 의미가 있는건 아니니까...
다음엔 어딜갈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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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zioni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