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 12. 24. 22:34



이 녀석 이름은 꼬맹이.
나의 로모에 찍힌 녀석의 마지막 모습.
상태가 많이 나빠져 병원에 검사받으러 왔을때였나부다.
시간이 많이 지났는데도,
이 사진을 보면 눈물이 난다.
잘해주지 못해 미안해.
혼자 가게 해서 미안해...

비가 오던 어느 날 내 품으로 와
비가 오던 어느 날 내 품을 떠난,
나의 작은 고양이.

발령받은지 얼마 안됐을때다.
9월 어느날 아침부터 비가 와서 상쾌하지 못한 하루였다.
출근길이 질척거린다는 이유로...
누군가 교무실 문을 열었다.
2학년 어떤 녀석인데, 아주아주 작은 고양이 한마리를 나한테 건냈다.

학교가려고 나오는데 계단밑에서 울고 있다더라.
일단 봐달라고...
(발령받은지 얼마 안됐지만 고양이 키우는게 소문이 나서, 담임쌤이 나한테로 보내셨다드라)
커다란 상자를 일단 꺼내 녀석을 넣어놓고 조용하고 어둡게 해줬다.
옆 교무실에선 숄도 빌려주시고...
아직 뭘 먹여야할지 몰라, 수업 비는 시간을 찾아
근처 동물병원에 다녀왔다.
조그만 젖병과 주사기와 초유 등등...
집엔 커다란 녀석밖에 없어서...이렇게나 작은 고양인 처음 본다.

따뜻한 물에 초유를 뎁혀 먹이니 잘도 받아먹는 녀석..
잘 살겠구나...



기사아저씨께 양해를 구하고 버스를 타고 오는 동안 열심히도 울어대다가 겨우 잠이 드는가 했더니
쉬야를 해서 당황하게 했던 너.
무달군이랑과 첫대면에서 어땠더라?

배고플때마다 머리속을 헤집고 들어와서 새벽잠을 여럿깨웠었지.
조그만 녀석이 7kg나 되는 무달군한테 열심히 뎀비기도 하고,
한때 뚜민이라 불리기도 하다가 그냥 꼬맹이가 됐지.

아는 분께 입양갔다가...
가끔 놀러가면 반갑게 맞아주기도 했었구...

복막염이었어.
그렇게 말라가는 동안 눈치를 전혀 못챘었어.
아무것도 해줄수 없는걸 알았을때, 너무 미안했어.
모든게 다....

그날 너를 봐주기로 했었는데,
아픈 엄마를 병원에 두고 차마 발길이 안떨어져서 꼼지락대다가
마침 사야할 옷이 있어서 근처 백화점에 들렀다가...
안경을 잃어버려 안경을 맞추다가
네 마지막 모습을 못지켜줘서 미안해.

여느때처럼 건조대 아래 누워있는 널, 반갑게 불러봤지만
꼼짝도 않음에 덜컥 가슴이 내려앉더라.
설마.....

너의 동거인에게 연락을 하고,
도착하길 기다리는 동안, 머리속으로 스치는 수많은 기억들...

차갑고 비쩍마른 네 몸을 정성스럽게 쓰다듬던
너의 동거인의 뒷모습은 참...측은했단다...그러게 왜 그렇게
뭐가 그리 바쁘다고 가버렸니...

나쁜 녀석, 어떻게 한번도 꿈에라도 안놀러오니?

보고싶다...꼬맹아...

by zion | 2008/06/04 16: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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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zioni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