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 5. 15. 23:59
알람이 울리고 미처 털어내지 못한 잠을
어깨에 잔뜩 올려놓은 채
방문을 열면
언제나 그렇듯 훈이가 드러누워 안아달라 애교를 부린다.
'미안, 훈.'

바쁜 아침시간 어느땐 물과 사료도 챙겨주지 못할때가 많았다.
나도 물 한 컵
온이도 우유나 빵, 간단한 요깃거리
씻고 입히고 가방챙겨 부산스럽게 움직여야 겨우 지각을 면한다.

좀더 일찍오라고 한 소리 들을 후에 좀더 빨라진 기상시간.
더 바빠진 아침시간
이젠 아예 어느 누구도 끼니도 챙기지 못해.
그래도 겨우, 온이만...

자꾸 우선순위가 밀려나지만 그래도 훈...
고양이 같지 않은 훈아ㅡ
널 밀어내는건 아닌데 난 네가 고양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단다.
내게 고양이는 무달 뿐인가봐.
그 어떤 고양이도 눈에 들어오지 않아.
그걸 이제야 깨닫다니...

위로받고 따뜻해지고 싶었던 요 며칠
갸릉거리며 그래도 파고드는 녀석과
약간의 온기를 나누며...또 미안해진다.

미안,
첫사랑이라는거야.

고양이별로 돌아간 무달
고소한 보릿향이 나는 새순은 잘 먹고 있겠지? 사각사각 귓가에 새순 씹는 소리가 들리는거 같다.
끄응, 털썩... 그곳에서도 발라당은 계속하고 있겠지? 보들보들 뱃살, 손바닥에 느껴지는 여린털들의 느낌도
여전해...
건강했을때, 네가 걸을때면 들썩거렸던 어깨근육을 보며 혼자 감탄했었지.
역시 넌 호랑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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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zionis